Memento Finis.

2010년 1월 31일, S.E.E.S.는 타르타로스 정상에서 에레보스 아바타와 조우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삶을 갈구하며 끝없이 싸웠다.
하지만 이런 각오만으로 신에 한 없이 가까운 존재를 꺾어내릴 수는 없었다.

에레보스 아바타는 그 자신의 힘만으로 그들을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기에, 이제 곧 내려올 달을 향해 손을 뻗고 뿌리를 내렸다.

허나 이계의 신에게 그런 행동 따위 무의미했다.
에레보스 아바타는 그 자아를 박탈당하고, 그 자신이 오히려 신의 지성으로 일변했다.
‌기적의 힘을 얻고 달로 올라온 아리사토 미나토마저도 신을 꺾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당연히, 인류는 끝을 맞이했다.
그들은 무력하게 그 끝을 실감하고, 분통함에 절규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세상은 멸망의 잔해인 영혼이 지상을 방황하는 다른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세상에, 신의 지성만이 남아 굳건히 섰다.
이계의 신이 인류에게 온 목적—무언가의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한 기능을 실천하기 위해서, 이제는 아무도 없는 세상을 계속 돌아다닌다.
자신이 스스로 없애고 말았던 소원의 씨앗을 찾아, 자아조차도 없이 헤매이고 방황한다.

그렇게 세상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