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nto Mori.

2010년 1월 31일, S.E.E.S.는 타르타로스 정상에서 에레보스 아바타와 조우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삶을 갈구하며 끝없이 싸웠다.
하지만 이런 각오 만으로 신에 한 없이 가까운 존재를 꺾어내릴 수는 없었다.

달이 강림하기도 전에 그들은 전투 능력을 상실하며 패배하고 말았다.
그들의 처절한 의지가 바스라지고, 무력하게 달이 떨어졌다.

그때에 끝을 맺어야 했다. 이야기는, 생명이 자아내는 비극은 종말을 고해야 했다.
하지만 변덕과도 같이 삶은, 인류는 이어졌다.
에레보스 아바타는 마지막까지 삶을 긍정하고 죽음으로부터 발버둥 친 S.E.E.S.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 하고, 그들을 죽음에 찬동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되돌렸다.
이미 떨어진 달, 에레보스의 소원을 이루고 잠에 빠져 이제는 그의 일부가 된 뉵스 속에 작은 세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에레보스 아바타의 주된 의식과 자아를 이루는 삶—시노미야 메이가 겪어온 삶이 기반이 되어 S.E.E.S.구성원들의 영혼 또한 달 속에서 다시 그 모습을 찾았다.

그리고 2010년 1월 31일까지의 역사가 되풀이되었다.
달 바깥, 현실이 걸어온 족적과 다를 바 없는 역사가 되풀이되고, 수 천 번이 넘도록 달 속의 멸망이 찾아왔다.
시노미야 메이라는 존재가 없는 세계는 그 어떠한 이상도 없이, 재현된 뉵스 아바타의 손에서 끝을 맞이했다.

그들은 단 한 번도, 삶에 대한 희망을 놓친 적이 없었다. 무한에 가깝게 멸망을 맞이하고 새로운 순환을 맞이했음에도.
그제서야 시노미야 메이는 단 하나의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그들은 절대로 자신이 바라던 이상향을 이해할 수 없다는 진실.

진실 때문이었는지, 무한에 가까운 순환에서 쌓인 기적이 발한 것이었는지.
재현된 존재에 지나지 않았을 터인 뉵스 아바타—모치즈키 료지가 달 바깥의 기억을 찾고, 아리사토 미나토가 지녔던 기적의 힘 또한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류가 끝없는 멸망을 맞이하고 나서 ■■■■■번째.
모치즈키 료지로부터 듣게 된 진실과 인연이 만든 기적이 겹쳐지며,
아리사토 미나토는 시노미야 메이가 직접 작동에 개입한 뉵스를 쓰러트리고 달이라는 껍질을 깨며 그 바깥으로 나온다.
달이 부숴진 그 순간, 인류의 미래는 멸망이 아닌 번영으로 정해진 것과 다름이 없었다.
인류의 흔적조차 남지 않은 한 때의 지구로 내려온 그는 시노미야 메이에게 단 하나의 부탁을 받는다.

결국 아무도 이해할 수 없었고, 단 한 사람의 소원조차 이루어줄 수 없었다고.
그들이 살고 싶다 외친 영원이 결국에는 끝없이 자신을 부정하는 일이었다고.
모든 것을 놓고 싶어졌으니, 그의 기적이자 인연으로 자신을 죽여달라고.

아리사토 미나토는 그 제의를 수락했다.
한 때의 인도자는 먼지 하나 남기지 않고 구세주의 손에 허물어졌다.

구세주 또한, 기적을 이룬 대가인 죽음을 안고 인도자의 뒤를 따랐다. 인연들의 기억만을 남기고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인류는 달이라는 껍질과 세상을 깨고, 새로운 미래를 이어나간다. 두 사람의 이름을 딛고 올라선 채로.